title: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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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느낀 것. '역시 균형이 중요해'.

나 자신의 인성적 균형에 관한 말이다. 어떤 이유로건 간에 근 몇 년 동안을, 말라버린 '감수성' 언저리에서, 기껏해야 모니터 속 작은 화면을 통한 영화와 어쩌다 한 번씩 찾는 극장, 귀에 달라붙은 MP3를 통해서만 힘겹게 보충하고 있는 상태이다.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감수성을 보충하는 주된 행동은 소위 '가상화된' 무엇일 뿐이라는 뜻. 본 영화 Once는 어느덧 잊혀간 감수성에 관한 '실제'의 무엇을, 필요성을 상기시킨 무엇인데... 가만 생각해보니, 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봐선 내게 그러한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여유를 감수성에 관계된 무엇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치네. '쥐새끼가 만들어가는 공안정국' 땜시.

Once

Untitled

거리의 실력 있는 음악가, 하지만 생업은 수리공. 우연찮이 그를 지나치는 묘령의 이쁘장한 여인, 하지만 애가 딸린, 남편과 별거 중인 유부녀. 불쑥 이야기가 오가더니만 순 십간에 깊은 대화를 나누더니 함께 노래까지 부르네? 어느새 음악가와 여인은 음반 제작을 기획하고 순십간에 돈을 마련함과 동시에 session man과 스튜디오, PD까지 한방에 섭외 및 제작. 둘이 사랑에 빠지는가 싶더니만, 음악가의 구애에 여인은 아주 쿨~하게 빠이빠이. 이 모든 일련의 유별난 사건이 발생한 기간은 겨우 2주 정도?

어찌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전혀 현실성 없어 보이는 이와 같은 진행을 영화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눈치 채지 못하고 빠져 있었던 내 자신이 놀랍다. 근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닌 영국에서는, 유럽에서는 충분히 개연성 있는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밀려온다는 사실. 플롯 외적인 부분에서 보여주는 참신함, 세련됨과 내내 흘러나오는 그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고려했을 때 영화의 기본이 되는 '개연성'을 무시했을 리는 만무하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충분히 현실성 있는 그들의 분위기. 아니, 그러한 일련의 사건이 충분히 개연성 있어 보이는 그들의 분위기, 문화 또는 사회적 성숙도. 이는 바로 우리가 진정 원하던, 내가 진정 원하던 바로 그 것이 아니었을까? 본 영화에서 나타난 로맨스 또는 음악적 교감이 아니라 말이다. 얼마 전 스웨덴에서 교환 학생 갔다 돌아온 동생이 이야기한 한마디가 생각난다. 그들의 선진 된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도덕성'이었다고.

짭... 감수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다, 힘들게나마 영화에 대한 감성적 느낌을 이야기하려다 어느새 관념론으로 흘러버렸네.

'인성적 균형'으로 시작했으니 '인성적 균형'으로 끝맺으려 한다. 오늘 본 영화를 보게 된 원동력은 '나태함'이 아닌, 끊임없이 극단적 '지성'만을 요구하는 요즘의 내 상황에서의 인성적 균형을 맞추려는 내 몸땡이의 본능, 균형추에 기인한 것이다.

p.s.

움... 균형이고 감수성이고 나발이고 간에, 날이 갈수록 내 자신에 대한 합리화가 교묘해 가고 있구만, 짭.